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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밀집장소추행

만원 지하철에서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나 접촉을 뒤늦게 알았다면 공중밀집장소추행이 성립하지 않나요

요지: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서 추행인지 아닌지는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항의했는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는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행위 자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단됩니다. 판례는 추행이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실제로 느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침묵했거나 다른 승객이 알려 줘서 뒤늦게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범죄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피해자의 반응은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고의였는지를 판단하는 사실관계 자료로 계속 쓰입니다.

사건 유형

이 색인이 다루는 사건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소리를 내거나 자리를 피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피해자는 내린 뒤에야, 또는 다른 승객이나 역 직원이 지적한 뒤에야 신고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접촉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옆 승객이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경우도 같은 유형에 속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피의자 쪽은 흔히 "피해자가 아무렇지 않아 했으니 추행이 아니다", "본인이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피해자는 "그때 바로 말하지 못했는데 지금 신고해도 되는지", "불쾌했을 뿐 수치심이라는 말은 떠오르지 않았는데 문제가 되는지"를 묻습니다. 이 글은 두 쪽 독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여, 피해자의 반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법적으로 어느 단계에서 의미를 갖는지를 나눠 정리합니다. 장소 요건, 미수, 합의의 효과, 고의가 생긴 시점은 별도 쟁점이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문에는 폭행·협박 요건이 없으므로, 쟁점은 대부분 그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로 모입니다. 판례는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봅니다.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 평가 요소입니다. 피해자가 그 감정을 실제로 느꼈는지를 확인하는 요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놀라서 몸이 굳어 있었거나, "불쾌했다"고만 표현했거나, 접촉 순간을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행위 자체가 위 기준에 해당하면 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반응이 의미를 갖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단계입니다. 둘째는 혼잡 때문에 생긴 우연한 접촉인지, 의도된 접촉인지를 가리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바로 몸을 돌렸는데도 같은 접촉이 다시 이어졌다면 이는 고의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응이 없었다는 사정은 그것만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으며,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됩니다.

침묵을 동의로 볼 수 있는지도 자주 묻는 부분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함께 탄 차량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 사이에 성적 접촉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일반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못한 데에는 당황, 두려움, 혼잡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 같은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침묵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 반응이 쟁점일 때 확인할 사항

피해자의 반응을 두고 다투는 사건에서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보다 시간 순서와 객관적 상황이 기록되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아래 목록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각자 진술을 준비하거나 작성된 조서를 확인할 때 점검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 접촉 시각과 구간: 몇 시쯤 어느 역 사이였는지, 접촉이 한 번이었는지 여러 번 반복되었는지를 확인합니다.
  • 신체 부위와 방식: 손·팔·하반신 가운데 무엇이 상대방의 어느 부위에 닿았는지, 옷 위로 닿았는지를 확인합니다.
  • 당시 혼잡도와 위치: 각자 서 있던 방향, 손잡이와 기둥의 위치, 주변 승객과의 간격을 확인합니다.
  • 피해자의 당시 행동: 자리를 옮겼는지, 가방으로 가렸는지, 뒤돌아봤는지처럼 말이 아닌 반응을 확인합니다.
  • 인지 경위: 피해자가 직접 느꼈는지, 다른 승객이 알려 줘서 알았는지를 확인합니다.
  • 신고까지의 경과: 내린 직후에 신고했는지, 귀가한 뒤에 신고했는지, 그 사이에 누구에게 이야기했는지를 확인합니다.
  • 조서 문구: "수치심을 느꼈다", "기분이 나빴다" 같은 표현이 진술한 사람이 실제로 한 말 그대로 적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마지막 항목은 양쪽 모두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앞의 판단 기준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가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혐의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조서에 정형화된 문구만 있고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비어 있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쪽이 그 점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수사 절차와 신고 방법에 관한 일반 안내는 경찰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도 같은 방식으로 다뤄집니다. 성범죄의 친고죄 규정은 이미 폐지되었으므로,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서는 고소기간 제한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은 범죄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늦어진 이유와 함께 고려되는 사정일 뿐입니다.

유사 유형과의 구별

피해자가 왜 반응하지 못했는지에 따라 검토되는 조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차량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도 다음과 같이 구별됩니다.

  • 깨어 있었지만 혼잡 때문에 피하지 못한 경우: 폭행·협박이 없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검토됩니다.
  • 잠들었거나 만취해 접촉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경우: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추행으로 보아 형법상 준강제추행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때 법정형은 강제추행과 같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 접촉이 유형력 행사로 평가되는 경우: 몸을 붙잡거나 억지로 밀착시키는 등 상대방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가 인정되면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신체접촉 없이 노출만 있었던 경우: 특정한 사람에 대한 추행이 아니므로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나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이 검토됩니다.
  • 접촉 없이 촬영만 있었던 경우: 추행이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문제로 다뤄집니다.

이 구별에서 주의할 점은 "피해자가 몰랐다"는 사정이 피의자에게 늘 유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잠들어 있어서 알지 못했다면, 오히려 법정형이 더 무거운 조문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조문으로 진행되는지는 공소장의 적용법조와 공소사실 문장을 보고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법령과 형사 절차 일반에 관한 안내는 법무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

다음 세 가지 사정은 어느 것도 그 자체로 공중밀집장소추행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정, 수치심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사정, 다른 사람의 지적으로 뒤늦게 알았다는 사정입니다. 추행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평가로 판단됩니다. 피해자의 반응은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지, 우연한 접촉이었는지를 가리는 증거 평가 단계에서 다른 자료와 함께 쓰입니다.

피의자 쪽이라면 "반응이 없었다"는 주장보다 접촉 경위와 혼잡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가 실질적인 쟁점이 됩니다. 피해자 쪽이라면 바로 항의하지 못한 이유와 접촉을 알게 된 경위를 있는 그대로 진술하면 되며,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를 하게 되면 합의서는 민사상 약정의 성격도 함께 가집니다. 문구 작성에 관한 일반 원칙은 계약·거래 분류의 글을 참고할 수 있지만, 합의가 형사 절차에 미치는 효과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기록과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